오미자, 〈공굴리기〉, 2025, 사위질빵, 좀깨잎나무, 산더덕, 호박덩쿨, 환삼 덩쿨, 느티나무, 앵두씨, 야생갓대, 나도겨풀, 녹화끈 등 자연재료, 직경 200 cm.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오미자는, 활동명 박미자, 유미자, 이미자, 정미자, 황미자까지, 네 명의 미술을 하는 사람들과 한 명의 나무 의사까지 다섯 명의 미자들로 구성된 콜렉티브로 자연과 환경의 공생을 연구합니다.
〈공굴리기〉는 낙동강 하구에 뿌리내린 수많은 식물을 모티브로 합니다. 오미자는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시 황지연에서부터 하구까지, 그리고 최종 종착지인 다대포해수욕장까지 강줄기를 따라 이동하며 재료를 채집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식물들은 서로 다른 종과 여러 지역이 섞이고 뭉쳐 커다란 구를 이루었습니다. 이 공은 다양한 경로를 거쳐 정착한 낙동강 하구의 식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미자에게 생태계는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들은 공생을 ‘우연한 만남 속에서 생겨난 이끌림’으로 정의하며, 이 이끌림은 서로에게 ‘좋음’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공굴리기〉는 생태계의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 인간 세계의 얽힘과 순환을 드러내는 상징적 기호이자, 유희적으로 재발견하는 방식입니다. 공을 굴리며 즐거움을 찾는 사람과, 굴러가는 공을 매개로 종족을 번식시키는 식물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서로 좋아함’은 〈공굴리기〉의 기본 조건이기도 합니다.
공을 함께 굴리며 공동체적 리듬 속에서 완성되는 이 행위는, 인간의 놀이적 욕구와 식물의 생존·번식 욕구를 엮어,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