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형섭, 〈장기 초현실〉, 2025, 장소 특정적 설치, 단채널 영상, 13분, 루프, 가변크기.
조형섭은 부산의 급격한 도시 개발 속에서 사라져가는 삶의 공간과 흔적에 주목합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작가는 12년째 폐쇄된 다대소각장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교차하는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한때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가동되던 소각장은 인간이 떠난 이후 새롭게 자리잡은 생태 현장이 됩니다.
〈장기 초현실〉은 두 가지의 맞물리는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소각장 건물 외벽에는 바다직박구리의 얼굴과 “하룻밤 묵을 만하다”는 문장이 담긴 대형 현수막 〈#장기 투숙객〉이 걸려 있습니다. 작가는 전망대에서 우연히 소각장 굴뚝에 자리잡은 새 둥지와 바다직박구리를 발견합니다. 이 문장은 버려진 산업 시설에 찾아온 투숙객, 즉 새의 시선에서 소각장을 바라보며 작가가 떠올린 구절입니다.
한편 경비실로 사용되었던 공간에서는 설치작품 〈장기 초현실 #체크 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관람객은 호텔 객실로 탈바꿈한 경비실 내부에 방문하게 됩니다. 객실 TV 에서는 곧 사라지게 될 소각장 내부와 앞으로 들어서게 될 호텔의 시공간이 중첩되고 있습니다. 영상은 (구)다대 소각장 부지를 해양리조트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향해 “이 소각장은 과연 누구의 미래를 위한 장소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관람객은 다대포의 아름다운 노을과기능을 잃어버린 소각장 건물을 오가며 이곳에 뒤섞인 시간에 잠기게 됩니다. 〈장기 초현실〉은 이곳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과거와 방치된 현재, 우리의 결정을 기다리는 미래라는 시간이 겹겹이 쌓인 장소임을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