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 그리스마, 〈물과 물 사이의 초록〉, 2025, 철근과 세라믹, 가변크기.
〈물과 물 사이의 초록〉은 바다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형상화한 도자기로 만든 수중 조각 작품입니다. 이 조각 작품은 다대포해수욕장 동측 해변 수심 2.7m 부근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관람객은 물 안으로 들어가 작품을 관람할 수 있고, 작품과 함께 주변 수중 세계를 관찰한 뒤 이를 종이 위, 혹은 마음 속에 그려보는 기회를 갖습니다. 스위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마리 그리스마는 물의 물리적이고 상징적인 속성을 탐구하는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녀는 해양 생물학과 생태계 현장조사 방식을 바탕으로 작품을 통해 해양의 대사 작용, 기후 위기, 여러 종들 간의 관계를 고찰합니다. 예술과 과학, 행동주의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활동하는 그리스마의 작품은 수중 환경이 지닌 미학적, 정치적인 가치를 드러냄과 함께 관람객이 경험하게 되는 감각적 양상을 탐구합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작가는 다대포가 강에서 흘러온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하구, 바로 기수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하였습니다. 매년 봄과 여름, 미세한 생명체, 식물성 플랑크톤이 낙동강을 따라 흐르다 이곳에 도착해 다대포 하구에서 해양 먹이사슬의 시작점이 됩니다. 강과 바다를 잇는 연결 고리인 식물성 플랑크톤은 환경 변화의 징후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존재로, 과학자들은 강의 유량과 환경 변화를 연구할 때 늘 플랑크톤에 주목합니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관람객은 스노클링 혹은 스킨다이빙을 통해 작품이 놓인 환경에 온전히 몰입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작품은 복잡하고 섬세하게 연결된 해양 생태계의 풍성함과 상호의존성을 드러내며 바다의 건강이 곧 지구 생명의 균형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웁니다.
■ 작품보기 : https://bit.ly/TheGreenbetweenWat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