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라 프로아뇨 메시아스, 〈물결 아래 천 개의 눈동자〉, 스케치, 2025
파울라 프로아뇨 메시아스의 작업은 인간의 몸을 동물이나 식물과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몸이 가진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작가는 인간이 세운 지배 질서에 저항하는 서사를 써내려 갑니다.
작가에게 ‘놀이’란 나와 다른 존재와 유대감을 맺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장난감은 세상을 만들고 바라보는 방식을 익히는 가장 기초적인 도구입니다. 〈물결 아래 천 개의 눈동자〉는 다대포에 서식하는 생물에서 영감을 받은 12개의 조각입니다. 이 조각들은 어린이들이 바닷가에서 가지고 노는 양동이, 삽, 모래틀 같은 장난감에서 착안하여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3D 프린팅 기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자유롭게 집어 들고, 모래사장이나 물 위에 자신의 움직임을 새기며 나의 몸에서 다른 생명체의 몸으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물결 아래 천 개의 눈동자〉는 다양한 생명체 간의 연대와 인간 너머의 존재에 관한 탐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인공 보철물처럼 생긴 조각 작품들은 여러 형태의 몸을 상상하고 이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작업은 인간 중심적 관점을 벗어나 나와 다른 수많은 몸을 향한 유연하고 열린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의 발 밑에서 숨 쉬는 존재들,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의 생애에 귀를 기울이는 몸짓이기도 합니다.